[사유의5분]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1~16)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1 자신을 먼저 살펴라
안회가 공자에게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하자,
공자가 말했다.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위나라로 갈까 합니다."
"무엇하러 가려는 것이냐?"
"듣자하니 위나라 임금은 나이가 젊고, 독단적인 행동만 한다고 합니다.
그는 나 라를 잘못 다스리면서도 자기의 잘못을 알지 못하고,
백성들의 죽음도 가벼이 여겨 나라 안에 죽은 사람들이 가득하여
연못 속의 이끼 같다 합니다.
백성들은 갈 곳조차 없다 합니다.
저는 일찍이 선생님께서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서 떠나 어지러운 나라로 가야 한다.
의사의 집에 병자가 많이 모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말씀을 실행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면 그 나라는 바르게 고쳐질 것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네가 가면 형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도란 잡되지 않아야 한다.
잡되면 일이 많아지고,
일이 많아지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우면 근심이 생기고,
근심이 생기면 구제해 줄 수도 없게 된다.
옛날의 지극한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살피고
난 뒤 에야 남의 일에 관여했다.
자기 자신을 살펴본 결과가 불안정한데
난폭한 사람이 하는 행동을 간섭할 틈이 어디 있겠느냐?"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2 덕과 지혜를 내세우면 위험하다
"너는 덕이 어떤 곳으로 흐르기 쉽고,
지라는 것이 어떤 것에서 나오는지 아느냐?
덕은 명예심으로 흐르기 쉽고,
지는 경쟁심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명예욕은 서로를 손상시키고,
지는 다툼의 도구인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흉기이므로 지나치 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덕이 두텁고 신의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기분을 잘 알지 못하면서
명성에 대해 남과 다뤄서는 안 된다.
또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면서
인의로 사 람들을 바르게 하겠다며
난폭한 사람 앞에서 논의를 하면
미덕을 가지고도 그것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게 된다.
이러한 사람을 남을 해치는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남을 해치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그를 해치게 되어 있다.
너 또한 다른 사람으로 인해 해를 입게 될 것이다."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3 모두 명성과 실리를 추구한다
"만약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못난 사람을
미워하는 임금이라면
어찌 네게 특별한 일을 해주기를 바라겠느냐?
네가 따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따진다면 임금은 반드시
너를 권세로 누르고 이론을 무너뜨릴 것이다.
너는 눈이 캄캄해지고,
얼굴빛은 새파래지고,
입은 자기를 변명하기에 바쁘고,
태도는 비굴해질 것이며,
마음도 그를 따라가고 말 것이다.
이것은 불로 불을 끄고
물로 물을 막는 것과 같은 것이 다.
이런 것을 더욱 늘이는 것이라 부르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의 독선을 따라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너는 너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드시 포악한 사람에게 죽게 될 것이다.
또 한 옛날에도 걸왕은 관룡봉을 죽였고,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였다.
이들은 모두 몸 을 잘 닦았었고,
백성들을 잘 위하였지만,
신하로서 그의 임금의 뜻을 어긴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임금은 그들의 행동을
이유로 하여 그들을 제거했던 것 이다.
이들은 명성을 좋아하던 임금이었다.
옛날에 요임금은 총지와 서오를 공격하였고,
우임금은 유호를 공격했다.
이들 나라는 폐허가 되고 사람들은 죽임을 당 했다.
그들은 쉴새 없이 전쟁을 하여 실리를 추구하던 임금이었다.
이들은 모두가 명예와 실리를 추구했던 사람들이다.
명성과 실리라는 것은 성인이라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네가 어쩌겠다는 것이냐?"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4 고집불통에게는 어떤 충고도 소용이 없다
안회가 말했다.
"마음을 단정하게 하면서도 맑게 비우고
한결같이 지니고 있으면 괜찮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니다.
그는 겉으로는 자신감이 넘쳐 우쭐대고 있으며
교만한 기색은 일정하지 않아서,
보통 사람들은 그의 뜻을 어기지 못한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자기 마음의 쾌락을 추구한다.
그런 것을 두고 날로 발전해야 할 덕조차도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하물며 큰 덕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그는 자기를 고집함으로 남에 의하여 변화되지 않으며,
겉으로는 타협을 하지만 속으로는 반성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괜찮을 수 있겠느냐."
안회가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마음 속은 곧고 겉모양은 공손히 하여
옛 분들과 비길만하게 하겠습니다.
마음 속이 곧은 사람이 되면
하늘과 같은 무리가 될 것입니다.
하늘과 같은 무리가 된 사람은
천자나 자신이나 모두를 하늘이 자식으로
감싸주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의 말을 상대방이
칭찬해 주기를 바라겠습니까?
상대방이 좋지 않다고 꾸짖기를 바라겠습니까?
이와 같은 사람을 사람들은 동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하늘과 같은 무리라고 부르는 사람입니다.
겉모양이 공손한 사람은 사람들과 같은 무리가 아닙니다.
손 모아 홀을 들고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어 엎드리는 것은
신하로서의 예의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하는데 나만이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까?
남들이 하고 있는 짓을 하는 사람에게는 사람들도 탓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들 과 같은 무리가 되는 것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마침내는 옛 분들과 비길 만하게 된 다는 것은
옛 분들과 같은 무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비록 교훈이 되고 꾸짖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며 내가 지어낸 것은 아닌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비록 곧다 하더라도 탓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을 두 고 옛 분들과 같은 무리가 되는 것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괜찮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남을 바로잡는 말이 너무 많아서
친밀하게 느껴질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그렇게 고집하여 죄를 범하지는 않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래 가지고 어찌 남을 감화시키겠느냐?
그저 자기 마음에 따라 고집하고 세워 보는 것일 뿐이다."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5 마음을 비워야 잘 못을 없앨 수 있다
안회가 말했다.
"더 이상 어쩔 방도가 없는 것 같군요.
혹시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재계를 한다면 얘기해 주마.
사심을 가지고는 잘 될 수가 없다.
잘 된다고 생각 하는 자가 있다면 하늘이 마땅찮아 할 것이다."
안회가 말했다.
"저는 집이 가난해서 술을 마시지도 않고
매운 것을 먹지 않은지 여러 달이 되었 습니다.
이만 하면 재계를 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제사 지낼 때의 재계이지 마음의 재계가 아니다."
안회가 말했다.
"마음의 재계란 어떤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너는 너의 뜻을 순수하게 하나로 모아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써 듣도록 해야 한다.
귀란 듣기만 할 뿐이 며, 마음이란 느낌을 받아들일 뿐이지만,
기란 텅 빈 채로 사물에 응대하는 것이 다.
도란 텅 빈곳에 모이기 마련이다.
텅비게 하는 것이 마음의 재계인 것이다."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6 마음을 비우고 순응해야 한다
얼마 후 안회가 말했다.
"저는 처음에 마음의 재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얽매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자기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텅 비었다고 해도 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래, 되었다.
네가 그 나라로 들어가 활동을 하더라도
임금의 악명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될 것이다.
들어주면 이야기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그만 둬라.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자기 생각을 앞세우지 말며,
순일하게 마음을 지녀 어쩔 수 없이 되 도록
처신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행적을 남기지 않기는 쉽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기는 어렵다.
사람에게 쓰일 때는 그대로 하기가 쉽지만,
하늘의 부림을 당할 때는 그대로 하기가 어렵다.
날개를 가 지고 나는 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날개 없이 나는 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지각을 가지고 무엇을 안다는 말은 들어보았으나,
지각없이 아는 사 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저 공허한 경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텅 빈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행복이나 좋은 일은 이런 곳에 머물게 된다.
행복이나 좋은 일이 머물지 않는 것을
한 곳에 앉아 있어도 정신은 딴 곳을 달리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귀와 눈을 속마음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과 지각을 밖으로 내보낸다면,
귀신일지라도 찾아와 그에게 머물게 될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야 어떻겠느냐?
이것이 만물의 변화에 호응하는 것이다.
우임금이나 순임금도 법도로 삼았던 것이다.
복희나 궤거 같은 제왕이 평생토록 실행한 요점인 것이다.
그러니 보통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7 효도와 충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엽공 자고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어 공자에게 물었다.
"초왕은 저에게 상당히 중요한 임무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제나라에서는 사신을 대하기를 매우 공경히 하면서도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서두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보통 남자라 하더라도 움직이게 할 수 없는데
하물며 제후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제게 말씀하시기를,
「모든 일은 크고 작고간에 올바른 도를 따르지 않고서
일을 원만히 이루는 자가 드물다.
만약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반드시 법에 의한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에 일을 성공시키면 반드시
기쁨과 두려움이 엇갈리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일을 성공시키건 성공시키지 못하건 간에 뒤의 걱정이 없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도
좋은 음식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밥을 지어 놓아도 식힐 것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지금 저는 아침에 사신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고서
저녁에는 어름을 마시는 형편인데도
저의 몸 안은 근심으로 뜨거워져 있습니다.
저는 일을 실천으로 옮기기도 전에
이미 기쁨과 두려움이 엇갈리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에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반드시
법에 의한 형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신하된 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 다.
선생님께서 제게 좋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공자가 말했다.
"천하에는 큰 법칙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운명이며, 다른 하나는 의로움 입니다.
자식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은 운명입니다.
그것은 마음으로부터 벗어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로움입니다.
어디를 가나 임금 이 없는 곳이 없으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는 그 관계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이것을 큰 법칙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어버이를 섬기는 사람들은
지위가 높고 낮고 간에 어버이를 편안히 모시는 법인데,
이것이 효도의 극치입니다.
그의 임금을 섬기는 사람들은 일의 여하를 가리지 않고
임금을 평안히 모시는 법인데, 이것이 충성의 위대함입니다.
그 분들의 마음을 섬기는 사람들은 슬픔과 즐거움이
눈앞에 엇바뀌어 드러나지 않고,
그들의 관계란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운명을 따라 그들을 평안히 모시는데,
이것이 덕의 극치입니다.
나라의 신하가 된 사람에게는
본시부터 자기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으니
일 의 실정에 따라 행동하면서 그 자신은 잊어야 합니다.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 할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선생께서는 그대로 가십시오.”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8 지나침은 거짓과 같다
"가까운 나라에는 반드시 신의로써 접촉하여야 하고,
먼 나라에는 반드시 말로써 충실함을 표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반드시 누군가가 가서 전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말을 전달함에 있어서 양쪽이 다 기뻐하거나
양쪽이 다 노여워할 말을 한다는 것 은 어려운 일입니다.
양쪽이 다 기뻐하는 말에는 반드시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양쪽이 다 노여워하는 말이면 반드시 지나치게 요구하는 말이 많을 것입니다.
모든 지나친 것은 거짓된 것들과 같은 종류의 것들입니다.
거짓된 것이 되면 그것 을 믿는 이들이 적어질 것입니다.
믿는 이가 적어지면 곧 말을 전하는 사신은 재앙 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격언에 말하기를
「사신이 보통 사실을 전하고 지나친 말을 전하지 않는다면 무사할 것이다.」
라고 했던 것입니다."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09 서두루지 말고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하라
"기교로써 승부를 다투는 사람은
처음에는 힘으로써 시작하지만 언제나 음모로써 끝을 맺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되면 기묘한 기교가 많아집니다.
예에 따라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점잖게 시작을 하지만
언제나 어지러움 속에 끝내게 됩니다.
너무 지나칠 때에는 기이한 즐김이 많아집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습니다.
당당하게 시작하여 언제나 치졸하게 끝납니다.
일을 시작할 때는 간단하였지만
일이 끝나갈 때에는 반드시 거창해지기 때문입니다.
말이란 풍파와 같은 것입니다.
행동에는 득과 실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풍파란 요 동하기 쉬운 것이고, 득실이 있으면 위태로워지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분노가 생기 게 되는 까닭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교묘한 말과 약삭빠른 말에서 비롯되 는 것입니다.
짐승은 죽을 때 소리를 가리지 않고 악을 씁니다.
숨이 가빠지니 마음이 다급해져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각박함이 지나치게 되면 반드시 상대방은 좋지 않은 마음으로
이에 대응하게 되 는데 그 까닭은 알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을 알지 못하는데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므로 격언에
「명령은 바꾸지 말고, 성공을 하려 애쓰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도를 넘으면 지나치게 됩니다.
명령을 바꾸고 성공을 하려고 애쓰다보면 일이 위태로워집니다.
원만한 성공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성과가 나쁘면 고칠 여유도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한 사물을 초월하여 마음을 노닐게 하고
어쩔 수 없이 되어 가는 처지에 몸을 두고
마음을 기르는 것이 최상의 길입니다.
어찌 일부러 만들어 보고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왕명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 되겠습니까?"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10 상대에 맞추어 무리 없이 처신해야 한다
안합이 위나라 영공의 태자의 스승이 되어 거백옥을 찾아가 물었다.
"한 사람이 있는데 그의 덕은 천성적으로 각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와 함께 무도한 짓을 하면 곧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
그의 지혜는 남의 잘못을 알기에 알맞은 정도이고,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대했으면 좋겠습니까?"
거백옥이 대답했다.
"경계하고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몸을 올바로 가지십시오.
태도는 순순히 따르는 것이 좋으며,
마음은 온화한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에도 조심함이 필요합니다.
순순히 따르되 남에게 끌려 들어가지 않아야 하며,
온순함은 남 에게 드러내지 않아야 합니다.
온순히 따르는 태도로 남에게 끌려 들어가다 보면
멸망을 당하고 낭패를 보게 됩니다.
마음의 온화함을 남에게 드러내다 보면,
나쁜 평판이 생기고 재난을 당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아이와 같다면 그와 더불어 아이같이 되십시오.
상대방이 분수 없는 사람이라면 더불어 분수없이 행동하십시오.
상대방이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와 더불어 종잡을 수 없이 행동하십시오.
여기에 통달하게 되면 아무 탈이 없게 될 것입니다."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11 상대방의 본성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당신은 사마귀를 아십니까?
화가 나서 그의 앞발을 벌리고 수레바퀴 앞에 막아 서서
자기가 바퀴에 깔려 죽을 것도 모르고 물러서지 않습니다.
자기 재질의 훌륭 함만을 믿고 있는 것입니다.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자기의 훌륭함을 크게 뽐내면서 상대방의 권위를 건드리면 위태로워집니다.
호랑이를 기르는 사람은 호랑이에게는 감히 산 것을 먹이로 주지 않는데,
호랑이가 산 먹이를 죽이는 사이에 사나움이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랑이에게 먹이를 통째로 주지 않는데,
그것은 먹이를 찢는 사이에 또한 사나움이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랑이의 배고픔과 배부름을 살펴 그 사나운 마음이 수그러들게 해줍 니다.
사람과 호랑이는 종류가 다른 동물이지만,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주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려하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에 따라 맞추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주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을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바구니에 똥을 받고,
큰 조개 껍질에 오줌을 받습니다.
그러나, 모기나 등에가 말에 앉아 있어 그것을 잡으려고,
갑자기 손바닥으로 말의 등을 치면,
말은 놀라 재갈을 부수고 사람의 머리를 깨거나 가슴을 떠받습니다.
노여움이 생겨 사랑이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12 쓸모 없으므로 자신을 보전할 수 있다
장석이 제나라로 가다가 토신묘 앞의 참나무를 보았다.
그 크기는 수천 마리의 소를 뒤덮을 만하였고,
그 둘레는 백 아름이나 되었으며,
그 높이는 산을 열 길 위에서 내려다 볼만한 데서부터 가지가 나 있었다.
배를 만들 만한 가지들도 몇 십 개나 되었다.
구경꾼들이 장이 선 것처럼 모여 있었다.
장석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멈추는 일도 없이 걸어갔다.
그의 제자는 그 나무를 실컷 구경하고 나서 장석에게 달려가 말했 다.
"제가 도끼를 들고 스승님을 따라 다닌 후로
이처럼 훌륭한 재목은 본적이 없습니 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으시고,
발길을 멈추지도 않으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장석이 말했다.
"그런 말 말아라.
쓸모 없는 나무다.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만들면 빨리 썩어 버리고,
그릇을 만들면 쉽게 깨져 버리고,
문짝을 만들면 나무진이 흘러내리고,
기둥을 만들면 곧 좀이 먹는다.
그것은 재목이 못될 나무이다.
쓸 만한 곳이 없 어서 그토록 오래 살고 있는 것이다."
장석이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데
그 큰 나무가 꿈에 나타나 말했다.
“그대는 나를 어디에 비교하는 것인가?
그대는 나를 좋은 재목에 견주려는 것인가?
돌배, 배, 귤, 유자등 과일이 열리는 나무는 과일이 열리면 따게 되고,
따는 과정에 서 욕을 당하게 된다.
큰 가지는 꺾어지고 작은 가지는 휘어진다.
이들은 자기 능력 으로 말미암아 그의 삶을 괴롭히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타고난 목숨대로 끝까지 살지 못하고 중간에 일찍 죽어 버리는 것이다.
스스로 세속에서 얻어맞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어떤 물건이고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쓸 곳이 없기를 원해 온 지가 오래되었다.
거의 죽을 뻔하다가 이제야 뜻대로 되어
쓸모 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된 것이다.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어찌 이렇게 커질 수가 있었겠는가?
또한 그대와 나는 모두가 같은 물건이다.
어찌하여 그대는 나를 다른 물건으로 보는가?
그리고 거 의 죽어가는 쓸모 없는 사람이
어찌 쓸 데 없는 나무를 알 수가 있겠는가?"
장석은 깨어나서 그의 꿈을 얘기했다.
그의 제자가 말했다.
"쓸모 없음에 뜻을 두었다면,
그 나무가 신목이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장석이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는 사당에 몸을 기탁하고 있을 뿐인데도
자기를 알지 못하 는 사람들은 욕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목이 되지 않았다면 땔나무로 베어졌겠지,
또한 그의 보전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겉만 보고 그를 칭찬 한다면
그 또한 사실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겠느냐?"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13 쓸모 없음이 곧 쓸모이다
남백자기가 상구에 가서 큰 나무를 보았는데 특이했다.
말 4천 마리를 매어 놓아 도 그 그늘에 완전히 가려질 정도였다.
자기가 말했다.
"이건 무슨 나무일까?
이것은 분명 특이한 재목감이 되겠지?"
머리를 들어 그 나무의 작은 가지들을 보니
모두 구불구불하여 서까래나 기둥으 로 쓸 수가 없었다.
머리를 숙여 그 나무의 뿌리를 보니
속이 텅 비어 관을 만들 재 목으로 쓸 수도 없었다.
그 잎새를 따서 맛을 보니 입이 얼얼해 지고 상처가 났다.
그 냄새를 맡아보니 사람을 취하게 만들어 사흘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기가 말했다.
"이것은 재목으로 쓸 수 없는 나무여서 이처럼 크게 자랄 수 있었구나,
아, 신인들은 이래서 재능을 갖지 않는 것이구나."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14 재능이 있으므로 재난을 당하게 된다.
송나라에 형씨라는 곳이 있었는데,
개오동나무와 잣나무와 뽕나무가 잘 자랐다.
그러나 그 둘레가 한두 줌 되는 나무가 있으면
원숭이를 매어놓을 말뚝을 찾은 사 람들이 베어 갔다.
서너 아름이 되는 나무가 있으면 큰집의 마루판이 필요한 사람 들이 베어갔다.
일여덟 아름이 되는 나무가 있으면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의 집에서 관을 만들 재목을 찾는 사람들이 베어 갔다.
그래서 그곳의 나무들은 타고난 제 수명대로
다 살지를 못하고 중도에 도끼에 찍혀 일찍 죽었다.
이것이 재능이 있는 것들의 재난이다.
그런데 액운을 쫓는 제사에는 이마에 흰털이 난 소와 코가 위로
올라간 돼지와 치질이 있는 사람은 제물로 적당치 않아 강물에 던지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서는 모두 무당이나 축관들이
이미 알고 있어서 상서롭지 않은 물건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신인이 크게 상서로운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15 부족함으로 수명대로 살 수 있다
지리소라는 사람은 턱이 배꼽 아래 감추어지고,
어깨가 머리보다 높으며, 머리꼬리가 하늘로 치솟아 있고,
오장은 위쪽에 붙어 있고, 두 다리가 옆구리에 와 있었 다.
그러나 바느질을 하여 먹고살기에는 충분했다.
키질을 하며 쌀을 고르면 열 식 구는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나라에서 군인을 징집하여도 지리소는 팔을 휘저으며 그 곳에서 자유롭게 행동했다.
나라에 큰 공사가 있다 하더라도 지리소는
언제나 장애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노역에 끌려나가지 않았다.
나라에서 장애인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게 되면
상당한 양의 곡식과 열 다발의 땔나무를 받았다.
그의 형체가 불완전한 사람은 그러면도
그 자신을 충분히 보양할 수 있고,
그가 타고난 목숨대로 다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덕을 잊고 있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장자(내편) 제4편 인간세
16 무용의 쓰임은 아무도 모른다
공자가 초나라로 가는데 초광접여가 객사 문 앞을 지나며 노래를 했다.
봉새야, 봉새야, 어찌하여 그대 덕이 쇠하였나?
장래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고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것
천하에 올바른 도가 있으면 성인은 교화를 이룩하고,
천하에 올바른 도가 없으면 성인은 자기 삶을 보전한다.
지금 시국에는 근근히 형벌을 면하기도 바쁘네
복은 새의 깃털보다 가벼운데
아무도 그것을 잡을 줄을 모르고
화는 땅보다 무거운데
아무도 그것을 피할 줄을 모르네
아서라, 아서라, 덕을 사람들에게 내세우는 짓을 위태롭고도 위태롭구나 땅을 가려가며 쫓아다니는 것이 밝음을 가리고 가려서 나의 갈 길을 그르치지 말아라 발길을 삼가고 삼가서 나의 발을 다치지 않게 하라
산의 나무는 스스로 베이도록 자라고
기름불은 스스로를 태워 버린다.
육규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 의해서 잘려지고
옻나무는 옻칠에 쓰이기 때문에 또한 껍질이 벗겨진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의 쓰임은 알지만
무용의 쓰임은 아무도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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