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은 ‘여정’이다. 북의 냉면이 남으로 넘어와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육수는 기다림을 필요로 하고, 메밀면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인내의 연속이다. 격변의 시대를 거치며 많은 음식이 사라졌지만 평양냉면은 꿋꿋이 살아남았다. 아니, 더 번성했다. 오늘 점심, 당장 냉면 한 그릇 때문에 유명 냉면집을 찾아도 늘어선 줄을 기다리는 수고를 감당해야 한다. 그 끝에, 목젖을 적시는 차가운 육수와 단단한 메밀면 똬리가 자리 잡은 냉면 한 그릇이 기다리고 있다.냉면을 찾아 헤매는 이유도 다양하다. 실향민에게는 추억의 맛이고, 젊은이에게는 신선한 맛이다. 여름에 시원한 맛을 찾아 냉면 사발을 들이켜는 사람도, 겨울에 뜨끈한 바닥에 앉아 냉면발을 후루룩 들이마시는 사람도 있다. 간밤 숙취를 해소..